---- 근황

근황

카테고리 없음 2020. 11. 11.

꾸준히 아프다.

 

의사소통이 턱턱 막히면서 내 뜻이 전달되지 않고 와해될 때마다 목이 졸리는 기분이다. 이미 내 생각과 사고를 파악했다고 일찍이 판단해 귀를 막은 사람과 뜻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화부터 나는 사람의 끊임 없는 충돌이다.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아프다.

 

할 일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라 아프다.

 

내 한계를 받아들이지 못 하겠는 게 아니라 그냥 아프다.

 

공황 온다. 우울증 온다. 이건 슬픔, 분노, 짜증, 스트레스와 같은 단적인 부정적 감정이 아니다.

 

그냥 아파서 가슴이 터질 것 같고 숨을 못 쉬겠는데 와중에 내가 할 일을 해나갈 수 없다.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 질렸다. 내 고민을 본인이 옳고 세상을 통달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쓰는 아빠와 동생에게 질렸다. 듣지 않고 섣불리 이러할 것이라고 상황을 판단한 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아하는 자기 자신의 '판단'을 전시하기 바쁘다. 비대한 자의식에 짓눌린다. 비대한 자의식에 내 아픔이 짓눌린다.

 

듣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다. 대화가 되지 않는다.

 

존중받지 못한다. 이해받지 못한다.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내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놓고 정신병원에 보내달라고 부탁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힘든 게 아니라 아프다.

 

사람 때문에 아프고 사람 때문에 괜찮으며 사람 때문에 힘들다.

 

연속이다. 힘듦의 연속. 주변 사람들도 지친다. 주변 사람들도 질린다. 내가 괴로운 만큼 내가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걱정하던 주변 사람들도 익숙해진다. 

 

못 하느니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나는 4월부터 지금까지 미친 듯이 쉬지 않고 달려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잠을 줄여오며 달려왔다. 내 하루는 내가 안다. 문 닫은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내가 안다. 학교로 향하는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쉬는 시간 십분 십분 마다 하물며 누워서 컴퓨터를 하는 그 시간 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내가 안다.

 

보이는 것에만 치중한 채 단편적인 모습으로 나를 판단하는 것에 이골이 났다. 질린다. 나는 24시간 달리는 폭주 기관차가 아니다. 이제 쉴 때다. 이제 내려놓을 때다. 이제 나는 쉬어야한다. 나도 숨을 쉬어야한다.

 

해야한다는 압박만 남은 채 목적 의식을 잃었다. 왜 해야하고 왜 하고싶고 무얼 하고싶은지. 망하면 안된다는 마음만 남아있고 잘 하겠다는 마음은 찾아볼 수 없다. 언제 이렇게 된 것일까. 뭐든 사고방식을 망하면 안 돼, 못 하면 안 돼, 버텨야해. 

 

버티지 못 하겠다.

 

아무 생각 없이 얄팍한 사고로 상처를 후벼파는 사람들 때문에 더 아프다. 충분히 아파하고 속상해하고 치유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앞으로 나가야한다. 사과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하는 철면피가 역겹다. 토할 것 같다. 뺨을 때리고 싶다. 머리를 짓 밟고 싶다. 죽여버리고 싶다. 내 자신을.

 

지지가 필요하다. 나 혼자 정신 병원에 찾아가 영어 못 하는 의사에게 백날 떠들어봐야 바뀌는 것은 없다.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 신뢰가 필요하다. 나에 대한 평가는 질린다. 평가는 이기적이다. 자기자신이 똑똑하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것을 모른다. 아빠는 똑똑하다. 그래서 이기적이다. 그래서 멍청하고 그래서 한심하다.

 

끝까지 내려놓지 못 하는 알량한 자존심,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는 그 자존심에 사람이 다친다. 아프다. 괴롭다. 힘들다. 쓰라리다. 졸립다.

 

졸립다.

 

힘들어서 잠이 온다. 잊고 싶어서 잠이 온다.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잠이 온다. 괴로워서 잠이 온다. 나는 살려고 잠을 잔다. 잠이 자고싶은 게 아니지만 잠을 잘 수 밖에 없다. 개운하게 자면 다음날이 무섭다. 일어나면 개운한데 헤쳐나갈 하루가 무섭다. 막상 학교를 가면 괜찮을까? 혼란스럽지는 않으나 방향성 없이 시간을 보내다 돌아온다. 최대한으로 시간을 메꿔서 할 일을 하고 돌아온다. 목적 없이 움직인다. 걸어다니는 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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